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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 입원 과정부터 응급 소생실, 중환자실에 가기까지(1)

Cosmic-dust 2024. 8. 3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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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토요일

평소 다니던 정신과에서 상급병원 진료의뢰서를 부탁해서 받았다. 가장 빠른 날짜로 예약했는데 5월 27일 월요일이었다.

27일까지 기다릴 생각을 하니까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았다. 저녁에 자살 충동이 심해서 부모님께 폐쇄병동으로 입원하고 싶다고 했더니 왜 그런 곳을 가려고 하냐고 말씀하셨다. 그 후 몇십 분도 안 돼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직접 119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119가 와서는 토요일이라 입원 가능한 병원도 없고, 자살시도를 한 것도 아니라서 응급입원하기도 어렵다고, 월요일까지 기다렸다가 병원 열리면 가보라고 했다.


5월 19일 일요일 오후 10시.

월요일 아침 9시까지 기다릴 힘조차 없었다.​

지인들에게 예약 문자로 작별 인사를 보내고 나서 무수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것도 받을 수 없었다. 10시 전에 떨어지려고 했는데 맨정신으로 떨어지려니 막상 겁이 나서 망설이고 있었다. 곧 친구가 달려왔고, 경찰과 구급 대원이 들어왔다. 신고가 얼마나 많이 들어온 지 알고 있냐고, 어제도 119 부르지 않았냐고 했다. 그렇게 응급입원으로 폐쇄병동에 들어가게 되었고 72시간을 그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새벽에 들어간 거라 따로 마련된 1인실(방이 여러 개 있었는데 교도소처럼 생겼다)에 들어가게 됐고, 아침이 되자 입원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응급입원이고 자의입원이라 3일만 지내고 나왔다.(5월 20, 21, 22)



5월 22일 수요일

집에 돌아오자마자 한숨 잔 다음에 저번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꼭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무도 신고 못 하게 소리 소문 없이 잠적했다. 자살시도한 방법은 적었다가 따라 하는 사람이 있을까 봐 생략한다.​

부모님이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틀 만에 겨우 나를 찾아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어떻게 찾았는지도 생략한다. 나중에 듣기로는 1~2시간만 더 늦게 찾았어도 사망했을 거라고 한다.


5월 24일 금요일

나는 스스로 호흡도, 피 순환도 못 하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응급실 소생실로 간 다음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2주간 의식이 없는 채 5일은 ECMO로 생명유지를 했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눈을 감는 것도 못해서 계속 뜨고 있었고, 온몸에 수많은 장치와 수액들이 달려있었다고 한다. 현실처럼 느껴지는 악몽 같은 꿈을 오랫동안 꿨다. 아무리 깨려고 해도 꿈속에서 자고 일어나면 같은 부류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자꾸 엮이게 되었다.

꿈 얘기는 나중에 여유가 되면 자세하게 써보겠다. 조금 길다.

의식을 찾고 나서는 내가 여기에 왜 있는지,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입에 산소마스크가 껴 있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때 수면제를 계속 넣어주신 것 같다. 깨어있는 기억이 별로 없다.

조금 더 지나서는 팔과 손을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래주머니를 달아놓은 것처럼 무거워 잠깐 살짝 드는 것조차 힘겨웠다. 내 입에 뭔가가 껴있어서 말 자체를 못 했는데 그게 뭔지를 몰라서 빼고 싶다는 표현도 제대로 못 했다.(나중에 뺄 때 보니 긴 줄이 들어간 산소마스크였다) 내가 계속 으으으- 거리자 간호사님이 한 글자씩 있는 카드를 보여주며 말하고 싶은 거를 가리켜 보라고 했다. 내 눈에는 '의사소통'이라는 단어 조합만 보였고 그걸 손가락으로 찍었는데 간호사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였어도 몰랐을 거 같다. 내가 생각한 단어를 제대로 찍었는지조차도 모르겠다.​

말을 할 수 있게 된 건 산소마스크를 떼고 코에 줄을 넣어서 숨 쉴 때였다. 처음에는 쉰 목소리밖에 안 나왔다. 무슨 말이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아아- 같은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간호사님이 처음에는 목소리가 안 나올 테니 무리해서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

빨리 말을 하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말하는 것만 계속 연습했다. 날짜 감각이 없어서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

결국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의식을 찾았을 때부터 환청이 들리고 환각이 보였으며,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 몇 년도인지, 몇 월인지, 계절은 무엇인지, 병원에 오기 전 무슨 일을 하고 뭘 하면서 지냈는지. 왜 병원에 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도 자살시도 한 그날에 대해 아예 기억 안 나는 부분들이 있다. 한참 나중에 부모님께 여쭤보고 내용은 들었지만, 이야기를 들어도 기억이 안 그려진다.



중환자실에서 보낸 한 달의 기억 중 1/5 정도의 내용이다.

너무 길어져서 다음 글에서 또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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