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책리뷰]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Cosmic-dust 2022. 8. 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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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카테고리 에세이
페이지 288P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출간일 2018.04.23

 

리뷰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뻔한 자기 위로 에세이라는 생각에 선뜻 책을 읽지 못했다.

그러다가 번아웃이 오고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손이 갔다.

초반 부분에는 자기 합리화 가득한 말들이라는 생각에 정이 가지 않았는데 뒤로 갈수록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이 가리켰던 것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게 부끄럽다.

 

 

이 문장을 보고 내가 욕망하고 있는 것들은 진정 나의 것인가,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먼저 내가 지금 좇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일류가 되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인격적으로도 좋은 사람이 되고 속도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근데 그건 나의 꿈인가 타인의 꿈인가. 두 개가 섞여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닌, 단순히 세상에서 존경받고 우러러본다는 이유로 꿈을 꾼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고집한다는 것은 나머지 길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저자는 미술을 전공하기 위해 디자인과의 탑이라는 홍대 입시를 준비했다. 홍대에만 들어가면 인생이 핀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4년을 입시에 바쳤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얘기했다. 어떤 길을 고집한다는 건 나머지 길을 포기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고 수많은 포기를 하며 살아간다. 내가 무언가 하는 중에는 나의 쉼을 포기하는 것이고, 쉬고 있다는 건 무언가 하는 것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 당연한 이치를 깜빡 잊고 살다가 다시 상기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아도 전혀 문제없을 텐데, 너무 급박하게 살아왔구나 상기하게 된 책이다.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었던 문장들

  • 원래 인생은 공평하지 않아. 노력으로 다 된다는 말도 거짓말이지. 알겠어? 네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니라는 이야기야.

  • 열심히 사니까 자꾸 승패를 따지게 된다.

  • 지는 게 싫어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

  •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케세라세라(Que sera, Sera).

  • 생각에 열정은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열정 같은 거 없어도 우리는 일만 잘한다.

  • 내가 욕망하며 좇은 것들은 모두 남들이 가리켰던 것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는 것들이었다. 그게 부끄럽다.

  • 이제부터는 부자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고집한다는 것은 나머지 길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같다.

  • 현명한 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질 거란 희망, 그 믿음 하나로 버텨온 세월이었다. 노력은 종교였다.

  • 그들은 결코 인생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렇게라도 인생을 살아 내고 싶을 뿐이다.

  • 우리는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믿지만, 한낱 파도에 휩쓸리는 힘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 계단의 시작과 끝을 다 보려고 하지 마라. 그냥 발을 내딛어라. _마틴 루터 킹

  • 고민은 필요한 것이지만 분명한 답도 없고, 답을 얻었다 한들 그 방향대로 일이 잘 돌아가지도 않는다. 만약 잘 돌아가더라도 꼭 좋은 선택이라는 법도 없다. 내가 한 선택이 당장은 맞는 것 같아도 세월이 흘러 잘못된 결과를 낳기도 하고,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이 나중에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자기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지 않을까?

  • 인생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통제가 안 된다. 자칫 허무주의로 흐를 수 있는 이 사실 앞에 나는 묘하게 위로를 받는다. 아, 모든 게 내 탓은 아니구나. 그걸 미리 알았더라면 나를 덜 힘들게 했을까?

  • 잘 하고 싶어서, 틀리고 싶지 않아서.

  • 우리는 힘을 빼고 살아본 적이 없다.

  • 수수께끼의 본질은 재미에 있다.

  • 농담을 걸어온다면 농담으로 받아쳐주자.

  • 방전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더’ 하는 게 아니라 ‘덜’ 하는 게 아닐까? 걱정도 좀 덜 하고, 노력도 좀 덜 하고, 후회도 좀 덜 하면 좋겠다.

  • 어쩌면 지금 내 방황의 이유는 모두 놀기 위한 명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놀고 싶은 거다.

  •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다. _니체

  • 달콤함만으론 살 수 없다는 걸, 자유가 밥 먹여주지는 않는다는 걸 말이다.

  • 결국, 직장인들은 자신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닐까?

  • 나는 돈과 자유 중에서 자유를 선택했다.

  •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 어쩌면 우리는 정말 원하는 걸 모르고 헛된 것들로 허기를 채우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 나는 지금 충전 중이다.

  • 나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 살고 싶은 마음에서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 단, ‘열심히’의 논리 때문에 내 시간과 열정을 부당하게 착취당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 사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언제나 사람.

  • 돌아올 집이 없다면 여행이 여행일 수 있을까? 정말 외톨이라면 외로움을 즐길 수 있을까?

  • 나는 혼자 있는 걸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좋다. 혼자 있는 걸 못 견디고, 모든 걸 함께하려고 하는 사람보단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많은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들이 타인과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람들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을 줄 아는 사람. 혼자 있는 외로움을 잘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혼자 있는 게 편하지만 결국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 외로움을 충분히 즐기고 나선 다시 사람들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자, 충분히 즐겼다면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 왜 중년에 접어들면 배가 나오는 걸까. 이건 분명 무언가에 대한 천벌이다. _『낮의 목욕탕과 술』 중에서

  • 나는 아직 함께 마시는 술이 더 즐겁다.

  •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_『비행운』, 「서른」 중에

  • 나는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안다

  • 일단 부딪쳐보는 거다. 실패했을 땐 후회하면 되지. _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중에서

  •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것들이 과연 내게도 좋을까?

  • 실패를 두려워 말자. 고독한 실패가가 되자.

  • 그런데 나는 왜 내 나이가 창피할까?

  • “역시 난 산책의 천재야. TV나 잡지에 나온 곳을 찾아가는 산책은 산책이 아니다. 이상적인 산책은 ‘태평한 미아’라고나 할까.” _『우연한 산보』 중에서

  • 우연한 즐거움으로 가득한 목적 없는 헛걸음. 이런 게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재미가 아닐까?

  • 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이었나 보다.

  • 아무것도 안 해서 아무것도 아닌 거야. 뭣도 몰랐던 나야. 넋을 놓고 우린 아……. _노래 <Bawling>(Primary&오혁) 중에서

  • 아, 나는 좀 더 저질렀어야 했다. 망하더라도 말이다.

  • 마음껏 꿈을 펼치는 게 가능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꿔본다.

  • ‘이제부터 진짜 사랑을 찾을 거야.’라며 찾아 나선다고 사랑이 찾아지는 게 아니듯, 진짜 하고 싶은 일도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었다.

  • 그것은 ‘찾는’ 게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었다.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거나 아니면 여행을 하거나 생활하고 활동하는 동안 ‘아, 이런 일을 하고 싶다’라며 자연스럽게 혹은 운명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나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머릿속에서만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었다. 나는 그랬다.

  • 너무 괴롭지만 않으면 뭐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 나는 끝을 내고 나서야 다른 게 보이는 그런 사람이다.

  • 자신의 치우침을 안다는 건 균형을 잡는 첫걸음이다.

  • 우리 사회는 정답이 정해져 있다. 그 길로 안 가면 손가락질 받는다.

  • 정말로 일을 하고 싶은가?

  • 이제야 알았다. 나는 일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싫은 거였다.

  • 왜 한국인들은 늘 한 가지 길이 정답인 것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걸까?

  • 자신의 마음을 따르면 적어도 남을 탓할 일은 없다.

  • 시도가 낳은 모든 것들은 당신을 시험한다. 당신이 그것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거부를 당한다 해도 그 일을 할 것인가를. _영화 &lt;삶의 가장자리> 중에서

  • 그래, 난 아팠던 거다.

  • 지금 당장 지불 능력이 없는데 누군가로부터 혹은 내 미래로부터 돈을 빌려 무리해서 무언가를 가지고 싶지 않다.

  • 우리 통화 시스템에 빚이 없으면 돈도 없습니다. _매리너 에클스 전(前) 연방준비은행(FRB) 의장

  • 디지털의 발전으로 공간에 제약이 없어진 건 축복일까? 양극화를 가속시킬 재앙일까?

  • 돈 때문에 자유를 계속 미루기만 하다간 한 번도 자유롭지 못한 채 늙어 죽게 생겼다는 위기감이 덮쳐왔다. 이봐, 인생은 한 번뿐이라고!

  • 나는 여전히 돈을 벌어야 하지만 이미 자유롭다.

  •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관점의 차이다.

  • 안국동에 즐겨 찾던 막걸리 집이 있었는데 거기가 그런 가게였다. 주인 혼자서 음식도 만들고 서빙도 하는 작은 가게였다. 그 가게 메뉴판 맨 앞엔 대충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제가 좀 느립니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오래 기다리셔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음식을 오래 기다리는 것이 싫은 사람이야 그 글을 읽고 바로 나가겠지만 대부분은 단번에 한없이 마음이 너그러워져 흔쾌히 기다리는 것을 택한다. 원래 느리다는데 어쩌겠는가.

  • 내가 원래 좀 느려.

  • 우리는 초능력자가 아니다. 원래 세상일은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정상이고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 ‘꿈꾸던 대로 되지 않았으니 내 인생은 실패한 걸까?’

  • 아직 꿈꾸던 모습이 되지 못한 삶을 보며 괴로워하진 않았으면 한다.

  • 내가 내 인생을 사랑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내 인생을 사랑해준단 말인가.

  • 사람들에게 맞추려 하면 점점 힘들어진다. 사람들의 마음은 알 수 없을 뿐더러, 그들의 변덕에 이리저리 휘둘리게 될 테니까. 나만 해도 이게 좋았다, 저게 좋았다 한다. 그 마음을 어떻게 맞춘단 말인가.

  •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한다고 모두에게 인정을 받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걸 해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어차피 결과를 알 수 없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낫다. 남들의 인정에 목매지 말고 자기 세계에 집중하다 보면 그 세계가 더 단단해져 결국은 사람들도 인정하게 되지 않을까? 끝내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하고 싶은 걸 실컷 했으니 남들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만 하다 끝내 인정받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모두를 맞추려다간 아무도 못 맞출 수 있다.

  • 왜 시시하다고만 생각하죠? 당신의 하루는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 나는 그때 내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는 걸 스스로 인정했기에 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반대로 그때부터 자존감이 높아진 것 같다. 실제로 그 이후 나는 조금씩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일이나 삶에서 큰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꼈던 것도 그 무렵이지 싶다. 뭐지? 상황이 크게 나아진 것도 없는데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건가? 나는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에 어쩔 줄 몰라 했다.

  • 나는 내 보통의 자존감에 만족한다. 고로 여전히 자존감을 높이려 노력할 생각은 없다.

  • 낮은 자존감이 문제가 된다면 노력해서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노력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이 성공한다고 해서 자존감을 높이려고 하는 거라면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자존감은 그런 식으론 절대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니 말이다.

  • 인간은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찾기보단 불행한 이유를 찾는 데 평생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다. 이것도 일종의 마조히즘(masochism)일까

  • 비슷한 수준의 사람끼리 서로 비교하며 네가 잘 났네, 내가 잘 났네 도토리 키 재기 하며 사는 게 인간의 세상인가 보다. 이 모습을 저 높은 곳에서 보는 이가 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아이고, 의미 없다.

  • 잡지는 엘리스를 불행하게 만들어야 했다. 잡지는 지금 입은 옷을 한 해 더 입어도 된다든지,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든지, 유명한 사람을 안다거나 침실 색깔이 무엇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의상 난을 보면 자신의 옷장에는 없는 옷 때문에 서글펐고, 여가 난을 보면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햇살 눈부신 장소들이 떠올랐다. ‘삶의 스타일’이라는 난을 보면, 자신에게는 아마 제대로 된 삶도 없고 스타일은 틀림없이 없다는 느낌이 확고해져서 자존심이 상했다. _『우리는 사랑일까』 중에서

  • 세상은 우리가 불행하다고 속인다. 불행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속삭이면서. 없던 욕망도 생기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가 굴러가는 방식이다. 그런 자본주의 속에서 속지 않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속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내 욕망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의 삶은 불행한 것일까?’ ‘나는 세상에 속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 때때로 자연은 냉혹하다. 어떠한 불평도 통하지 않음으로.

  • 무언가를 잃으면 무언가를 얻게 된다.

  • 만약 상실로 괴로워할 때, 상실로 반드시 무언가를 얻게 된다고 생각할 수만 있다면 슬픔을 더 잘 이겨낼 수 있을까?

  • 더 많은 이야기를 안다는 건 더 많은 이해를 갖게 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경험하는 하나의 생으론 이야기가 많이 부족하다. 그러므로 이해도 부족하다. 삶이, 세상이, 타인이 이해가 되지 않아 힘들다. 그래서 인간은 이야기를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난 이 발명이 참 좋다.

  • 어떤 일이나 대상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고 기다림. 기대란 그런 마음이다. 이미 원하고 바라는 것이 있으니 기대를 한다는 건 기준이 생긴다는 것과도 같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미치느냐, 못 미치느냐에 따라 ‘기대 이상’과 ‘기대 이하’가 판가름 난다. 반대로 기대가 없다는 것은 설정해놓은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기대가 없다는 것은 바라는 게 없다는 것. 바라는 게 없으니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조금만 좋아도 크게 만족한다.

  • 기대 없이 인생을 산다는 건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것부터가 기대한다는 이야기니까. 그럴 땐 이렇게 말해주자. 너무 기대는 하지 말고. 마음에 욕심이 일어날 때마다 이 말을 주문처럼 외워볼 생각이다. 그래, 너무 기대는 하지 말자.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지 말자. 어떤 기준 없이, 특별히 바라는 것 없이, 즐겁게 살아봐야지.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어? 의외로 괜찮네, 내 인생!

  • 나는 항상 다른 이들의 결과물을 부러워했다. ‘이렇게나 멋진 그림을 그리다니.’ ‘어떻게 이런 완벽한 소설을 쓸 수가 있지?’ ‘저 사람이 가진 명성이 부러워.’ 나도 저렇게 돼야지. 나도 저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렇게 동경하는 사람들을 흉내 내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당연했다. 그들이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걸려 만들어 낸 결과를 바로 얻으려 했으니 잘 될 리가 없었다. 마음은 항상 조급했고, 빨리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 ‘난 재능이 없나 봐.’라는 생각으로 쉽게 포기하기 일쑤였다.

  • 무언가를 하면서 결과를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결과에만 관심이 있었고, 과정은 그 결과를 얻기 위해 견뎌야 하는 인내의 시간 정도로 생각했다. 과정 그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말이다. 그러니 쉽게 지칠 수밖에. 재미없는 걸 계속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내가 부러워했던 사람들은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 나는 항상 과정은 건너뛰고 결과를 바로 얻고 싶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과정 없인 결과도 없다. 그리고 결과만을 바라보고 달려가면 과정이 괴롭고 힘들다. 꼭 좋은 결과가 온다는 보장도 없고.

 

책 소개

노력이 배신하고, 인생에 사사건건 고나리질하는 현실
열심히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했다!
한 남자의 인생을 건 본격 야매 득도 에세이


우리는 태어난 이상 열심히 살아야 한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하고, 좋은 직장에 가야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비소로 진정한 어른이 된다. 보험과 저축, 적금, 집, 차 등도 이 나이가 되면 이 정도는 챙겨야 한다. 과연 이런 인생 매뉴얼은 누가, 언제 만들었을까? 이 매뉴얼대로 살지 않는다면 그건 실패한 인생인 걸까? 매뉴얼에 가까워지도록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도? 그럼 누구를 원망해야 할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원망과 고민에 휩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참으로 오랜 시간 세상을 원망하고 미래를 고민했다. 그러다 불현듯 깨달음처럼 의문이 찾아왔다. '나는 어디를 향해 이렇게 열심히 달리고 있는 걸까?'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알 수 없어 멈춰 섰다. 이 길이 어딘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달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름 굴곡진 인생을 열심히도 살아 냈다. 대입 4수와 3년간 득도의 시간, 회사원과 일러스트레이터의 투잡 생활까지. 하지만 그동안의 인생 대부분은 인생 매뉴얼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것이었다. 이제라도 '남'의 인생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그래서 극약 처방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지금이야말로 인생이라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을 찾아야 할 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미래를 위한 용기이고 예의라 여긴 것이다. 그렇게 인생을 건 그의 실험은 시작됐다.
이 책에는 그의 실험에 대한 담담하고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인생을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않고 이야기에 그림을 더해 웃픈 현실을 위트 있게 보여준다. 특히 자신을 시종일관 팬티 차림의 시원한 모습으로 그림으로써 고민을 훌훌 던져버리고 자신만의 가치관과 방향성을 찾겠다는 득도의 자세를 보여준다. 진지함과 웃음의 조화는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보다 가볍게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어쩌면 우리의 현실은 정말 가벼운 걸지도 모르겠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한 번쯤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둥둥!"이라고 했던 그의 다짐처럼 우리도 인생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가보는 건 어떨까.

목차

프롤로그 나는 어디로

1부.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노력이 우리를 배신할 때
열심히 살면 지는 거다
내 열정은 누굴 위해 쓰고 있는 걸까
마이 웨이
우리의 소원은 부자
길은 하나가 아닌데
아이 캔 두 잇
노력의 시대는 갔다
득도의 시대
청춘의 열병
잘 그리고 싶어서
인생은 수수께끼

2부.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어른은 놀면 안 되나요
퇴사의 맛
실연의 아픔
나를 채우는 시간
아직 위로는 필요 없습니다
혼자만의 시간
술술 넘어간다
넌 나고 난 너야
고독한 실패가
마이 묵었다 아이가
계획도 목적도 없이
내 속은 괜찮은 걸까
아무것도 안 해서

3부. 먹고사는 게 뭐라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뭘까
퇴사는 어려워
삶의 균형
꿈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일이 뭐길래
돈 벌기 싫다
앞으로 뭐 해 먹고살지
시도해볼 권리
사지는 못하고
빚 없는 삶
유목민
욜로가 별건가

4부.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
느려도 괜찮아
안 되는 게 정상
어쩌다 이런 어른이 됐습니다만
타인의 취향
내 삶도 드라마 같으면 좋겠다
보통의 자존감
누가 나를 괴롭게 만드는가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잃은 후에 오는 것들
이야기 읽는 남자
기대

에필로그 삶이 힘들게만 느껴질 때
참고도서

 

 

저자 소개

하완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회사에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뛰었다.
'열심히 사는데 내 삶은 왜 이 모양인가.'
억울한 마음이 극에 달한 어느 날, 대책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가 됐지만 그림 의뢰도 거의 없고 결정적으로 그림 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놀고먹는 게 주된 일이 됐다. 이제야 적성에 맞는 일을 찾게 되어 더욱더 게으르게 살다 보니 열심히 살지 않는 데 도가 텄다.
특기로는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 모아놓은 돈 까먹기, 한낮에 맥주 마시기 등이 있다. 다수의 책에 그림을 그렸고, 쓰고 그린 그림책도 한 권 있지만 굳이 밝히지 않겠다.

 

 

 

출판사 서평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노력의 시대는 갔다

노력은 항상 정당한 결과를 가져올까? 아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는 일은 사실 극히 드물 다. 어째 이상하게 항상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잘 생각해보면 노력이 항상 배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노력에 턱 없이 부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노력에 과분한 결과가 주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대개는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만 속상해하고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두어 노력의 배신만이 선명하게 남아 있게 된다. 그렇다면 결과는 모두 하늘의 뜻이니 노력하지 말라는 이야기일까?
저자는 노력의 무상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마치 열심히 한 방향으로 노를 젓는데 커다란 파도가 몰려와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다 놓는" 것과 같다고. 인생의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오만한 생각일 것이라고 말이다. 분명 인생에는 우리의 영역과 우리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
이 사실을 인정하면 인생을 노력 대비의 효과로만 바라보며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인생을 가성비가 아닌 진정성의 의미에서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사실 그게 어려워서 힘든 것이다. 특히나 노력과 열정이 미덕이라 여기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괴테가 그러지 않았는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이제부터는 우리가 노력을 어디에 기울이고 있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살펴야 할 때다.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
나를 나로 채울 때

사람은 저마다의 인생 스케줄과 속도가 있다고 하지만 나이에 걸맞은 인생 매뉴얼이라는 게 정해진 듯하다. 그래서 매뉴얼에서 벗어나면 득달같이 질문 세례가 쏟아진다. "도대체 왜 결혼을 안 해?", "대출 받아서 아파트 사야지.", "차는 결혼 생각하면 이 정도는 돼야 할걸.", "연금보험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등등. '그 나이 먹도록 뭐 했냐?'라는 식이다.
독신주의자인 저자는 더욱 이런 질문 세례의 타깃이 되었다. 모두가 그에게 인생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사실 그는 인생 매뉴얼에 의문과 반항을 품고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았다. 항상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그들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수많은 인생 매뉴얼의 문턱에서 마주한 것은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갖추려 애쓰는 동안 자신만의 가치나 방향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어차피 인생 매뉴얼에서 멀어진 김에 자신만의 길을 찾기로 한 것이다.
내 속은 얼마나 나로 채워져 있을까. 이것들은 정말 내가 좋아해서 선택한 것들일까. 나는 이 길에 얼마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댈 수 있을까. 만약 인생 매뉴얼에서 뒤처진 것 같아 초조하다면 그건 아마 우리 안이 타인의 시선이나 강요로 가득 채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안을 우리의 목소리로, 질문으로 가득 채우자. 그럴 수만 있다면 느려도 뒤처져도 달라도 괜찮다.

먹고사는 게 뭐라고
꿈도 밥 먹여준다, 밥만……

우리는 대부분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일로 먹고사는 것은 기본이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하고, 자아실현도 하고, 재미있으면서 너무 힘들지 않고, 여가 시간이 보장되고, 존경까지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상은 먹고사는 것만 충족되면 재미니 자아실현 같은 거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저자마저 그림이 일이 되면서 그림 그리는 것을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게 됐다고 하니 일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일이라는 게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을 해서 돈을 벌려면 양보해야 할 것이 의외로 많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 좋아하는 것에 몰입할 여가 시간 등등. 우리는 우리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을 적당히 하고 적당히 노는 삶은 어떠할까. 그런 삶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저자는 우리가 우리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었던 것처럼 그런 삶 또한 우리의 돈으로 적당히 노는 시간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불로소득이 있는 자본가계급이 아니라면 말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는 법이다. 모든 걸 충족할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그의 먹고사니즘을 건 실험을 따라가다 보면 각자 자신만의 일의 가치와 기준이 될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꿈을 실현해야만, 일에 열정이 있어야만 그 일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 가치는 자신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하마터면 불행할 뻔했다
현명한 포기가 필요해

열정이 미덕인 시대다. 불굴의 의지, 도전의 신화는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존경의 대상이 되어왔다. 물론 열정과 끈기는 그 자체만으로 고결하다. 하지만 왜 우리는 인생과 적절하게 타협하고 포기하는 것을 비굴하다고 생각할까.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콩코드 오류에 빠져 있을 수 없다. 본전 생각이 절실해도 손절매가 필요한 것이다. 그건 비굴한 것이 아니라 현명한 것이다. 도전의 실패를 스스로 납득하고 인정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어쩌면 포기할 줄 모르는 도전 정신에는 실패의 인정을 유예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우리에겐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노력과 시간이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했더라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용기, 실패했음에도 새로운 것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말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작은 손해에서 그칠 일이 큰 손해로 이어진다. 무작정 버티고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노력보다 용기가 더 필요한 것 같다. 무모하지만 도전하는 용기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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