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책 리뷰] 누구에게나 공부하고 싶은 순간은 온다

Cosmic-dust 2022. 8.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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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공부하고 싶은 순간은 온다

부제

공부가 막막한 너에게 전하는 네 단계 공부법

 

카테고리 어린이, 청소년

페이지 320쪽

출판사 콘택트

출간일 2022.07.13.

 

출판사 북트레일러

https://youtu.be/ZDwuO8GKb5I

 

리뷰

최근에 아는 후배가 수능을 다시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30~40대 분들에게 다시 20대 초반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은 '무엇을 하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 같다'였다. 그리고 나중에 동기부여 영상을 2개 정도 보내주셨다. 

그 영상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가... 지금 하고 있는 거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마무리했다.

 

이 책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눈에 들어와서 후루룩 읽게 된 책이다. 진실로 자신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매사 최선을 다하는 글쓴이를 볼 수 있었고, 배울 점이 너무 많아 줄 친 문장도 넘쳐난다..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에게는 선물해주고 싶을 정도

 

그리고 입시를 준비하고 있지 않더라도, 사람이 살다 보면 공부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

정말 재미있게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책의 내용을 내 삶에도 적용해서 책 읽기 전보다 더 다른 모습으로 사는 중이다.

 

예를 들면, 나는 플래너에 묶여서 하루 할당량을 정해놓고 성공하지 못하면 자책을 많이 했는데 그것도 없어졌고..

가장 기억에 남는 두 문장은

"100점 맞고 후회하자"

"그래서 못한 것은 남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것만이 남는다"

이 두 문장이다.

 

100점 맞고 후회하자는

공부할 때, 이 정도만 공부해도 되겠지? 하고 넘기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공부해서 나중에 100점을 맞았을 때 '아, 이렇게까지 공부 안 했어도 됐는데!'라고 후회해버리자는 뜻이고

 

그래서 못한 것은 남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것만이 남는다는

오늘 체육대회를 해서 몸이 피곤해 못하겠어, 하면 그냥 못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고,

체육대회를 해서 몸이 피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겠어, 하면 결국 남는다는 것이다.

 

이 두 문장은 나에게 큰 울림을 줘서.. 책상에서 바로 보이는 포스트잇에 적어놓고 본다.

 

그리고 삶에 대해서 비유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걸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며칠 전, 한 학생이 수업을 하던 중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 “어차피 죽을 거 대체 이거 배워서 뭐해요? 죽으면 다 잊어버릴 텐데,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제 나는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다. “만약 내가 너한테 커피머신을 선물해주면서 1년 뒤에 돌려달라 했다고 하자. 그러면 ‘어차피 1년 지나면 커피 못 마실 텐데, 1년 동안 커피 마셔서 뭐해?’라는 생각을 할 거니? 아니지? 커피를 마실 때 커피를 마셔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커피 자체가 맛있어서 마시는 거지. 공부도 마찬가지야. 어디다 써먹으려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재밌어서 하는 거지.” 드디어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있게 됐다.

왜 사는가? 어차피 죽을 인생인데?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너한테 커피머신을 선물해주면서 1년 뒤에 돌려달라 했다고 하자. 그러면 ‘어차피 1년 지나면 커피 못 마실 텐데, 1년 동안 커피 마셔서 뭐해?’라는 생각을 할 거니? 아니지? 커피를 마실 때 커피를 마셔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커피 자체가 맛있어서 마시는 거지. 공부도 마찬가지야. 어디다 써먹으려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재밌어서 하는 거지.”

 

이왕 빌린 거, 그 1년 동안은 내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니까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고 원두도 바꿔가며 내려보고 하는 것이다.

즉, 신이 "네가 가진 수명 동안 그 육체를 쓸 수 있게 빌려줄 테니, 마음대로 써라"라고 한 것과 같다.

그럼 빌린 기한은 정해져 있고, 그동안 이걸 어떻게 써보면 좋을지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동기부여 책을 읽고 싶다면 정말 정말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싶었던 문장들

  •  
  • 생각해보니 ‘프로 농구 선수’는 ‘꿈’이 아니라 단지 ‘희망 직업명’일 뿐이었다. 그런데 꿈의 본질은 단순히 희망 직업명 따위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약 꿈이라는 것의 정체가 단지 희망 직업명이라면, 그 직업을 갖게 되기만 하면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되든 행복해야 마땅할 것이다. 꿈을 이룬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프로 농구 선수라는 직업을 가지기만 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든 정말 행복할까? 아닐 것이다. 또, 꿈이 단지 희망 직업명이라면 그 직업을 갖지 못한 자들은 전부 ‘꿈에 실패한 사람’이 되어 불행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농구하는 모든 순간이 진실로 행복했다. 즉 꿈은 희망 직업명 따위가 아니었다. 꿈은 명사형의 희망 직업명이 아니라, 빛나는 지느러미를 달고 힘차게 헤엄치는 동사형의 행위였다. 이렇게 두 가지 의문에 대해 답을 내리고 지난 시간을 되새겨보니, 나의 생각이 여러가지로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프로 농구 선수라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데서 오는 행복’이 장작이 되어 달려올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행복의 근원’은 ‘꿈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농구라는 행위 자체’에 있었다. 나의 꿈은 명사형의 ‘프로 농구 선수’가 아니라 동사형의 ‘신나게 농구공을 튕기며 몸을 부대끼는 행위’였다.

  •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나를 제일 괴롭혔던 건,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바라는 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었다후에 알았는데 이걸 ‘자기불구화의 함정’이라고 한다. 한번 의심이 들자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노력했다가 실패하면 완전한 패배자가 될 것 같아 노력을 하는 것도 망설여졌다.

  • 공부를 다시 시작한 날 이후, 나는 밤마다 불을 끄고 누워서 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오늘 하루를 100번 다시 산다고 해도 오늘 산 것보다 단 1초라도 더 열심히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자신 있게 “아니.”라고 답할 수 있도록, 깨어 있는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윤동주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도록, 나는 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다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그때의 2년을 돌이켜봐도 여전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시절로 100번, 1000번을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때보다 단 1초라도 더 열심히 살 수 없어.”

  • “의식을 끈 채 여러분의 청춘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늘 깨어 있는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십시오.”

  • 그래서 나는 아주 사소한 순간이라도 좋으니 공부가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을 찾아내기 위해 나의 감정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공부가 재미있는 순간들이 존재했다.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는 ‘새로운 지식을 접하는 순간’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떤 것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 내가 뭐 외계인이라서 공부의 즐거움을 느낀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이 넓어지고 깊어지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아니, 사실 이미 즐거워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여러 색안경으로 인해 그 즐거움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장담컨대 색안경을 벗어던지기만 한다면, 이 세상천지 그 누가 되었든, 학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공부의 주인은 내가 될 수 있다.

  • 이렇게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는 것. 학습하는 모든 것들을 호기심 어린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쓸모’를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궁금해하고 갈구하는 것. 이 ‘호기심’이라는 세 글자가 여러분이 학습에 대해 갖고 있는 색안경을 벗어던지는 데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학습의 즐거움은 나의 세상이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데에서 온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해보면 ‘앎과 삶이 하나 되는 순간’이라 말할 수있다. 호기심이 발동되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앎과 삶이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호기심은 앎을 삶 속에 녹일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쉬운 방법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에 궁금증을 가져보자. 그 소중한 호기심은 분명 여러분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 “즐거우면 안 된다는데요? 뭐가 맞는 말인가요?” 가끔 이렇게 질문하는 학생들이 있다. 유명인이 한 말이라면서, 어떤 것을 할 때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어야 한다더라는 것이다. 해당 유명인의 말과 내가 이야기하는 ‘즐겁다’는 감정의 근원에는 차이가 있다. 해당 유명인의 말에서의 ‘즐겁다’는 ‘신체의 편안함’이다. 따라서 그 즐거움은 사실 ‘즐거움’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것이 아니라 ‘나태함’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이다. 다시 말해 해당 유명인의 말은 ‘나태함에 취하면 안 된다’는 뜻이지, ‘그 행위를 하며 반드시 괴로워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괴롭지 않아도 괜찮다. 학습은 ‘당신의 고통 감내 능력’을 시험하는 녀석이 아니며 학생은 ‘자신의 고통 감내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 죽을 만큼 힘들어야 한다고 믿는 학생들이 참 많다. 혹시 당신도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면 제발 저 멀리 내다 버렸으면 한다. 죽을 만큼 힘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즐거우니까, 그러니까 잠깐의 쉬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너무나 즐거우니까, 밤에 자는 시간이 너무나 아까울 만큼 진심으로 즐거우니까 열심히 하는 것이다. 중학생 시절 내가 농구에 미쳐 있었을 때, 죽을 만큼 힘들어야 성공하기 때문에 열심히 농구했던 것이 아니다. 그냥 농구 자체가 너무 즐거우니까, 밥 먹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즐겁고 잠자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너무 재미있으니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이 춥든 덥든, 매일 농구에 매진했던 것이다. 새벽 4시 반부터 하루가 저물 때까지 공부한 이유도 공부의 기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자기연민Self-pity’이라는 단어가 있다. 스스로를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불쌍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발 그러지 말기를 바란다. ‘나는 이렇게나 조금 자면서 힘들게 공부해!’, ‘나는 괴로운 공부를 이렇게나 잘 버텨내는 사람이야!’와 같은 것들을 증명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다.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한 후 새벽 두 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음, 역시 나는 대한민국의 고3이야. 오늘 하루도 잘 버텼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며 그저 버티려고 하지 말고, 마음을 활짝 열고 학습을 있는 그대로 즐겨보려 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며 학습하는 시간을 그저 버티기에는 한 번뿐인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학습하는 순간들이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빈다.

  • 발목 인대가 늘어난 사람이 달리기를 하려면 다친 부분부터 치료하는 게 근본적인 답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달려야 할 상황이라면? 잠깐 부목을 대고 붕대를 두르면 급하게나마 달릴 수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와 담 쌓던 사람이 ‘공부 모드’로 ‘스위치 온’ 하기까지 공부를 놓아버리지 않도록, 잠깐 동안 버텨주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바로 ‘동기 부여’다.

  • 사람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이 세 가지 욕구를 공부와 잘 연결하면 공부에 의욕이 쑥쑥 붙는다.

  • 자율성, ‘나’의 결정임을 확인할 것

  • ‘유능성’은 유능하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를 의미하며, 이때 ‘유능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자기효능감’이라 한다. 유능성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자기효능감에 집중하는 게 포인트이다. 이 욕구를 공부와 연결시킨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스터디 플래너다.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과정에서 자기효능감을 느낀다.

  • 사람들은 큰일에는 부담감을 느끼며 좌절한다. 하지만 아무리 큰일이라도 열 단계로 나누어 실천하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 큰 덩어리가 버겁다면 작은 덩어리로 만들어 만만하게 가지고 놀면 그만이다. 계획을 짤 때 단기적이고 이루기 쉬운 계획을 짠 후, 그 계획을 성공적으로 성취하는 경험을 해본다거나, 현재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과 일주일 후의 능력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가 유능하다는 느낌을 받아보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성취를 맛보고 기록하는 습관 자체가 당신의 자기효능감을 만족시켜줄 것이다.

  • 관계성,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사람일 수 있도록

  • 유능성, 스몰스텝 이용하기

  • 세 번째 욕구인 ‘관계성’은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뜻한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사랑받고 존경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타인에게 확인받고자 하는 욕구다.

  • 이 욕구를 원동력 삼아 공부하고 싶다면, 부모님의 기뻐하는 얼굴,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게 효과적이다. ‘성적이 오르면 부모님께서 무척 행복해하시며 자랑하실 거야.’ 그런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넘칠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자부심이 나라는 것은 꽤나 만족스러운 감정을 선사한다. 부모님이 아니라 존경하는 은사님, 친한 친구, 혹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떠올려도 된다. 대상보다는 누군가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뿌듯함, 그 느낌으로 당신의 관계성 욕구는 충족될 수 있다.

  • 다시 말하지만 세 가지 욕구의 충족을 통해 주체성을 기르는 방법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차선책에 불과하다. 본질적으로 공부 자체에 재미를 붙이되, 힘들 경우 차선책을 활용하는 식이어야 한다. 차선책에 의존해버리면 언젠가 역효과가 찾아오기 십상이다.

  • 자율성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건설적인 타인의 조언까지 거부해버릴 수 있다. 자율성을 침해받지 않으려고 다른 사람에게 가시를 세우다가 스스로 고립되는 거다. 유능성은 필연적으로 타인과의 비교를 부른다. 자기효능감은 비교를 통해 얻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교는 달콤한 독배와 같다. 잠깐은 황홀감을 주지만 그 다음에는 영원한 괴로움을 남긴다. 관계성의 역효과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한 할아버지가 아이들이 자꾸 찾아와 정원을 망가뜨린다며 친구에게 하소연했다. 그러자 친구는 아이들이 정원을 망가뜨릴 때마다 칭찬하며 쿠키를 주라고 조언했다. 얼마 뒤 화가 난 할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아이들이 떠나질 않는다고 따지니, 친구가 씩 웃으며 이제부터는 칭찬도 하지 말고 쿠키도 주지 말라고 했다. 칭찬과 쿠키라는 보상이 없어지자 아이들은 다시는 정원을 찾아오지 않았다. 관계성 충족에 의존하는 것이 어떤 위험성을 갖는지 알겠는가? 칭찬을 듣기 위한 공부는 칭찬이 사라지는 순간 무의미해진다. 누군가의 자부심이 되고 싶은데 성적이 낮게 나오면 속상하고 무기력해질 뿐이다.

  • 공부가 정말 재미있어지기를 바란다면 그래서 스스로 공부하고 싶다면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가슴에 새겨두길 바란다. 첫째, 현재 주체적이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괴롭히지 말 것. 둘째, 색안경을 훌훌 벗어던지고 마음을 활짝 열어 공부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끼도록 최선을 다할 것. 셋째, 그래도 잘 안 될 때에는 낙담하지 말고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 충족을 통한 응급 처치를 시도하되 그 역효과는 늘 유념할 것. 이것만 잘 지키면 잠깐의 ‘응급 처치’를 통해 공부를 훨씬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여기서 한 걸음만 더 가보자. 사실 나는 위닝 마인드셋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잘하기 위해서’ 실수도 하고, ‘잘하기 위해서’ 과정도 겪는 거라는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인조잉 마인드셋Enjoying mindset’을 제시하고 싶다. 농구 황제라고 불리는 마이클 조던은 이런 말을 했다. “Just play, have fun, enjoy the game.” 진정으로 즐길 수 있다면, 그러니까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에 상관없이 행동 자체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안다면 실패가 전혀 두렵지 않다. 정확하게는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 관심조차 생기지 않는다. 그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한데, 이겼는지 졌는지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바로 이 마음가짐이 내가 제시하는 가장 궁극적인 마인드셋이다. 성공해야만 하고 잘해야만 한다는 무의식적인 압박을 집어던질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근본적인 방법이지 않은가. 위닝 마인드셋을 넘어서 인조잉 마인드셋을 가진다면 자기불구화 전략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공부 자체가 즐거운데 왜 굳이 실패가 두려워서 하지 않는 선택지를 택하겠는가

  • “나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단 하나의 세상에서만 살 수 있어. 그리고 이 세상은 온전히 나만이 완벽히 들어올 수 있는 곳이야.” 막연하던 감정이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되자, 나만이 가진 오롯한 세상이 정말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70억 인구 중 오직 나만이 완벽히 알 수 있는 세상. 수학으로 따지자면 오로지 ‘하나’ 대 ‘하나’로만 만나 이루어지는 ‘일대일대응’ 관계. 내가 태어나 생겨났고, 내가 죽으면 그대로 없어져버리는 세상. 내 세상은 46억 년 지구의 역사 속에서 오직 나만이 가진 것이고, 내가 없어지면 영원히 사라져버리는 단 하나의 유일한 세상이었다. 이렇게 소중한 세상이 멋대로 흘러가게끔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그때 결심했다. 나만의 세계가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버리지 않도록 내 삶의 운전대를 고쳐 잡겠다고.

  • 그날 이후, 나는 삶을 완전히 다르게 대하게 됐다. 남의 의견이 더는 중요치 않았다. 나의 모든 관심은 ‘내가 가진 꿈을 내가 원하는 대로 실현하기’로 향했다. 굳게 먹은 마음은 작심삼일이 아닌 일주일, 몇 달이 지나도, 아니 지금까지도 그대로이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다. ‘깨어 있는 의식’이라는 ‘빛나는 지느러미’로 각자의 드넓은 바다를 힘차게 헤엄쳐나가기를 바란다.

  •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 학생이 기대하는 대답인 “너는 가능성이 충분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해주어 그 불안함을 잠재워주면 되지 않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하지 못한다. 이 상황에서의 근본적인 문제는 ‘내가 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가 아니라 ‘내가 나 자신에 대한 온전한 확신이 부족하여 불안한 감정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너는 가능성이 충분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통해 불안한 감정을 잠재워준다면 여전히 학생은 스스로 온전히 확신을 가지는 법을 알지 못하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에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타인으로부터 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의 근거를 ‘타인’에게 찾는다니, 이 얼마나 모순적이란 말인가? 따라서 이 질문 또한 잘못된 질문이다.

  •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간단하다. 사실 이 두 경우 모두 스스로에 대한 확신의 부족으로 인해 생겨나는 심리이므로, 스스로에 대한 온전한 확신과 믿음을 가지면 된다. 흔히 자신을 믿기 위해 ‘근거’를 찾곤 한다.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을 찾기도 하고 주변에 성공한 사례를 찾기도 하며 가족 중에서 비슷한 가능성을 확인하려 들기도 한다. 그런데 자신감에는 원래 근거가 없다. 과거에 성공했다고 이번에도 성공할 것이라는 필연적 관계가 반드시 있는 것도, 주변인이 그랬다고 나도 성공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자신감은 원래 근거가 없는 ‘근자감’이다. 그러니 꼭 스스로를 믿어라. 확고한 믿음부터 있어야 간절해질 수 있는 법이니.

  • 고등학교 3학년 초가을 즈음 수시 대학 원서를 쓰는 시기가 되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수시 원서를 쓰겠다고 하자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는 나를 뜯어말리셨다. 그 분들께서 만류하시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안양시에서, 내가 다니는 고교에서 아무도 가지 못했으니까. 그렇지만 그 사람들이 가지 못했다고 어떻게 함부로 나의 가능성을 무시해버리는지 이해가 도저히 안 되었다. 그게 근거가 될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었다. 수학으로 따지자면 마치 ‘독립시행앞의 시행에서 사건이 발생했는지 여부가 다음 시행의 사건 발생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인데, 어떻게 감히 나의 가능성을 짓밟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은 이렇게 말했다. “온 세상이 너를 싫어하고 괴롭히고 성공하지 못할 거라 말해도 넌 할 수 있다고 믿어야만 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말이야. 가장 위대한 일들을 한 사람들도 그런 대우를 받곤 했어. 그들은 결국 못 해낼 거라 말했지. 걔넨 라이트 형제를 비웃었고 토머스 에디슨을 비웃었고 월트 디즈니도 비웃음 당했어. 헨리 포드는 무식하다고 놀리기까지 했지. 대학교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말야. 학교를 자퇴했거든. 디즈니도 자퇴를 했고. 심지어 포드를 법정에 불러서 지적 능력을 검증하려고 했어. 그딴 짓까지 했었다니까. 하지만 그들이 바로 우리의 문화를 이끈 사람들지.”

  • 핀란드에는 ‘시수Sisu’라는 단어가 있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다양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데, ‘지구력’, ‘완고함’, ‘의지력’, ‘불굴의 정신’, ‘역경이나 신체 장벽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는 용기’, ‘자부심’, ‘결단’과 같은 단어들이다. 즉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고 느낀 뒤에도 계속 시도하는 정신력을 뜻한다.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고 느낄 때가 비로소 시작 지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걸음 더 내딛는 힘 말이다. 간절하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 어떠한 장벽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 ‘최선을 다한다’라는 상투적인 말에 한없이 깊은 무게와 영혼을 부여하는 것,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나의 모든 것을 쏟는 것이다.

  • 어떤 행위를 하는 동기가 그 행위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에 있다면 그것을 ‘내재적 동기’라 하고, 동기가 그 행위 밖의 무언가에 있다면 그것을 ‘외재적 동기’라 한다. 이를테면 ‘주변 친구들과의 경쟁심 때문에’, ‘누군가가 시켜서’, ‘안 하면 혼나서’, ‘나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어서.’와 같은 이유들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외재적 동기’인 것이다. 그러면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 중 무엇이 바람직한 동기겠는가? ‘내재적 동기’이다. 만약 행동 ‘A’를 하는 동기가 그 행위 밖의 무언가인 ‘B’에 있다면, B가 사라졌을 때 ‘B의 손실로 인해 A를 하지 않는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테니 말이다. 나는 그 학생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네가 상상을 하는 이유가 ‘즐거워서’인 것처럼, 공부를 하는 이유도 ‘즐거워서’여야 마땅하지 않을까?” 정리해보자면 어떤 과목을 학습하든, 가장 먼저 던져야 하는 질문은 “나는 이 학문을 왜 학습하는가?”라는 점이다.

  • 정리해보면 이렇다. 어떤 학문을 학습하든 다음 세 가지 질문은 늘 던져야 할 것이다. [1] 나는 이 학문을 왜 학습하는가? [2] 이 학문이 나에게 요구하는 능력은 무엇인가? [3] 그 능력의 함양을 위하여 나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다. 일단 대화가 끝나면 지문을 덮고 지금까지 대화한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해보자. 이때 모두 생생하게 기억난다면 지문과 제대로 대화를 마친 것이다. 10분 만에 대화를 끝냈다는 학생에게 책을 덮고 지금 대화한 내용을 말해보라 하니 내용의 10%도 채 떠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여러 번 반복되는 단어조차 헷갈린다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아마 대부분이 이럴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지문의 모든 내용이 다 기억이 날 만큼 대화할 수 있을까? 학생들에게 대화하듯 읽어보라고 하면 한 문장에 고작 한 번 정도 대응한다. 그것도 무척 소극적인 반응, 예를 들어 “아, 그래? 그렇구나.” 정도에 그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묻는다. “이해하고 반응하는 거야?” 대부분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긴다는 거다. 이런 식으로 읽으면 백날 대화해도 제대로 지문을 이해할 수 없다.

  • 예를 들어 “BIS는 은행의 재무 안정성을 점검하는 핵심 지표로, 국제결제은행에서 제시한 기준이다.”라는 문장이 나왔다고 하자. 그러면 “응, 그래. 그런 지표구나.” 하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BIS? 뭔가 약자 같은데? 잠깐, 내가 한번 추측해볼게. 은행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B는 Bank 맞지? 지표 얘기가 나오니 I는 Index려나? 그럼 S는 뭐지? 아니야, BMI처럼 지표를 약자로 하는 건 대부분 I가 마지막에 나오던데, 이건 중간에 나오니까 지표를 뜻하는 거 같지 않은데? 흠……, 그럼 지표가 아니라 이걸 처음 제시한 국제결제은행을 뜻하는 거 아닐까? B는 똑같이 Bank일 거고, 국제면 International, 그럼 S로 시작하는 단어 중 결제를 뜻하는 단어가 있다는 얘긴데……, 아! Settlement! Bank of International Settlement라서 BIS인가 보군! 그 다음에 해준 말은 재무 안정성을 점검하는 핵심 지표였지? 재무 안정성이라는 것을 숫자로 확인하려면 아마 가지고 있는 확실한 자산의 양이 어떻게든 들어가겠지? 대출이나 채권 같은 건 확실한 자산이 아니니까 아마 이 비율에서는 빠져야 할 거야. 그럼 현금과 금처럼 현금화하기 쉬운 현물, 부동산을 뜻할 거 같은데…….” 이런 식으로 폭 넓고 깊이 있게 대화가 흘러가야 한다. 문장을 이루는 모든 단어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한 문장만 보았을 뿐인데 이렇게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쏟아진다. 이런 식으로 깊이 있게 대화해야 ‘제대로’ 대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본문에 나오지 않는 약자도 추측해보고, 내가 아는 사실과 비교도 해보는 식으로 그 문장을 씹고 뜯고 맛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용이 저절로 머릿속에 각인된다. 처음에는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 대화하듯 읽기에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한 지문을 읽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국어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만약 모든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국어 공부가 하나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읽는 족족 재밌으니 국어 공부, 국어 시험은 늘 환영일 터다. 주제를 매개로 지문에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면, 화자를 매개로 지문에 관심을 가져보자. 관심이 없는 주제라 할지라도, 소중한 상대의 입에서 나온다면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지 않겠는가?

  • 하지만 문제는 지문과 제대로 대화하기만 한다면 너무나 쉽게 풀리게끔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늘 당부한다. ‘지문을 읽는 데에 들이는 노력’ : ‘문제를 푸는 데에 들이는 노력’을 약 9 : 1 정도로 맞추라고 말이다. 지문을 다 읽는 바로 그 순간, 어떤 문제를 맞히고 틀릴지는 이미 판가름 난다. 그러니 지문과 제대로 대화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 않겠는가.

  • 나는 시간을 재본 적은 없지만 수능을 치기 직전, 지문과 완벽히 대화한 다음 문제로 넘어갔을 때 지문에 딸린 문제 6개 정도를 약 30초에서 1분 안에 다 풀었다. 이는 문제를 읽자마자 답이 나오는 수준의 시간이고, 실제로도 문제를 읽으면 바로 답이 보였다. 고민 같은 건 하지도 않았다. 앞으로 되돌아가 지문을 읽은 적도 없다. 훤히 답이 보이는데 왜 고민하고, 왜 앞으로 되돌아가겠는가. 이렇게 ‘문제가 쉬워지는 것’이 바로 지문 제대로 읽기의 힘이다. 그러니 제발 진심으로 국어 지문부터 공들여 읽기를 바란다.

  • 수학을 학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내린 답은 이렇다. “정의와 공리로부터 시작하여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정말 즐겁기 때문이다.”

  • ② 왜 이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는가? ① 개념 자체에 대한 논리적 이해 ③ 이 개념이 다음 개념의 전개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 근의 공식 를 적어 내려가는 그 잠깐의 1초 동안 머릿속에서 그 공식이 왜 등장한 건지, 그 증명 과정은 뭐였는지, 좌르륵 펼쳐지는 것이다.

  • “전체가 10이라고 했을 때, 예습 : 수업 : 복습의 비율이 어느 정도가 되도록 해야 할 것 같니?” 신기하게도 나오는 대답이 다들 비슷비슷하다. “음…… 대충 2 : 5 : 3 정도요!” 그러면 나는 늘 이렇게 다시 바로잡아준다. “앞으로는 4 : 1 : 5 정도로 맞추자. 수업이 안 중요하다는 게 아니야. 복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4시간 수업을 들었다면 복습은 대충 20시간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거야. 수업 시간은 이해가 가도록 설명만 해주는 시간이야.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오랜 복습 시간을 거쳐야 해.”

  • 복습을 한다는 건 수업 시간에 한 번 이해한 개연성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부단히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수백 번, 수천 번, 수만 번 경험해본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근의 공식’을 수업 시간에 접하고 한 번 이해한 다음, 스스로 그 유도 과정을 적게는 수백 번, 많게는 수천, 수만 번 정도는 계속 경험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똑같은 근의 공식을 적어 내려간다 할지라도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과정이 확연히 달라진다. 단순히 ‘근의 공식’ 버튼을 클릭해서 암기해놓았던 결과식만을 적는 것이 아니라, 순식간에 그 유도 과정이 머릿속에서 돌아간다. 그 정도가 될 때까지 부단히 복습하는 것이다. “그 정도로 복습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잖아요. 저는 빨리,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싶은데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수학은 ‘누가 더 빨리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는 ‘리만’이라는 위대한 수학자가 √2의 소수점 아래 32자리까지 손수 계산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계산기에 입력만 해도 바로 나오는데 그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한 것이냐고 한 학생이 묻자 수학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게 바로 수학과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마음껏 부대끼며 친해지는 거라고 말이다. 수학은 바로 그렇게 공부하는 거다. 부단히 오랜 시간을 마주 앉아 부딪치고 부대끼면서, 수백, 수천, 수만 번 다시 공식을 유도해보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전부 해보는 거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게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부단히 오랜 시간 수학과 힘껏 부대꼈으면 한다. 수천, 수만 번 개연성을 스스로 밟아보며 그것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한다. 우리는 ‘수학 문제 풀기’라는 과목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이름의 과목을 공부하고 있으니 말이다.

  • “문제 하나 풀 때 공식 안다고 대충 풀지 말고 공들여 풀면 돼.” 문제 읽기 → 문제 해석하기 → 계획 세우기 → 써 내려가기

  • 영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국어와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너무 즐겁고 설레기 때문이다.”

  • 영어라는 과목이 내게 요구하는 능력은 무엇인가? 이것 또한 앞서 국어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다. 마치 지문의 화자가 절친한 친구라도 된 것처럼 생생하게 마음을 여는 능력, 즉 ‘마음을 활짝 열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아, 암기 싫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학생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암기와 ‘단기 기억’은 다른 말이다. 뒤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단순히 머릿속에 ‘욱여넣는’ 식의 학습은 ‘잘못된 암기’이다. 암기와 단기 기억을 착각하지 말라는 말을 우선 던지고 싶다. 진정한 암기는 외울 대상을 나의 삶으로 끌어들여 정착시키는 과정이지, 오늘 벼락치기로 외우고 내일 잊어먹는 게 아니다.

  •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가정의 아이는 자연스레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몸에 밸 것이다. 짬이 나면 무조건 독서를 하는 가정의 아이는 자연스레 책을 집어 들 것이다. 이런 게 가장 강력한 학습의 형태인 훈습이다. 어떠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젖어들려면 그것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새로운 영단어를 쓰는 분위기를 만든 거다.

  • 과학을 왜 공부하는가?

  •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데에서 오는 원초적인 호기심 때문이다.”

  • 과학이라는 과목이 내게 요구하는 능력은 무엇인가?

  • 세상을 단순히 납득하지 않고 이해하려 드는 ‘탐구력’이 핵심이다. 물론 이에 더불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답을 찾으려 하는 ‘끈기’,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설을 펼칠 수 있는 ‘창의력’, 가설 검증을 위한 실험을 꼼꼼히 수행할 수 있는 ‘철저함’, 검증 결과 자신의 가설을 얼마든지 기각할 수 있는 ‘대담함’과 연구자로서의 ‘양심’ 같은 능력도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은 누가 뭐라 해도 탐구력이다. 모든 자연 현상에 ‘왜?’라는 의문을 품는 것이 과학이라는 학문 그 자체이니 말이다.

  • 탐구력을 기르기 위해 나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는가?

  • ① “내가 알고 있던 게 사실 거짓일 수도 있어!” ② “사실은 제대로 알고 있던 게 아니라 알고 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어!”

  •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쓸모에 있지 않다. 심지어 성적에 있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쓸모나 성적은 단지 부수적인 것일 뿐, 그 핵심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원초적 호기심에 있다. 그러니 시험을 염두에 두지 말고, 성적을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다 갖다 버리고, 그저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의 자세로 모든 과목을 대했으면 한다. 그제야 비로소 진정한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바로 그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일 것이다. 과학은 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원초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는 학문이고, 내부로부터 분출된 질문은 힘이 세다. 궁금증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기 전까지, 과학이라는 학문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의 쓸모는 호기심의 충족, 그 자체다.

  • ‘모든 내용을 편식하지 않고 전부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된 의지’가 중요할 뿐이다.

  • 1. ‘상황 A’인지 ‘상황 B’인지 판단한다. ‘상황 A’라면 2번으로, ‘상황 B’라면 3번으로 간다. 2. ‘상황 A’ 중에서도 A-1인지 A-2인지 판단한 후, C인지 D인지 판단한다. C라면 2.1로, D라면 2.2로 간다. ⋮ 이렇게 모든 상황에 대비한 생각의 흐름을 설정해두면 문제가 꼬여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생각의 흐름을 밟아나갈 수 있다.

  • 나는 ‘생각의 흐름 순서’를 정리한 나만의 공식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어떤 문제가 나오든 당황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풀 수 있도록 준비했다. 많이들 ‘유명 인강 강사표 공식’을 그저 수동적으로 수용하곤 하는데, 그러지 말기 바란다. 그렇게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만 하면 그 공식이 나오게 된 배경, 그러한 공식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고민의 과정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고민의 과정을 통해 공식의 배경과 요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어떤 문제가 와도 풀 수 있다.

  • 사회탐구에 대해 살펴보자. 학문의 전개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① 근본 원리로부터 다양한 논리를 통해 뻗어 내려가는 방향 ② 다양한 사례로부터 근본 원리를 찾아 올라가는 방향

  • 사회라는 과목을 학습하는 이유는 이렇다.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거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게 재미있어서.”

  • 학습의 즐거움은 ‘내 세상이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느낌’에서 온다. 만약 암기 없이 이해만 한다면 그 즐거움은 순간적으로만 느껴질 뿐, 궁극적으로 내 세상이 넓어지거나 깊어지지 않는다. 이해한 내용을 암기를 통해 나의 삶으로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해 없이 암기만 하는 것 또한 반쪽짜리 즐거움이다. 내 세상이 넓어지기만 했을 뿐, 깊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학습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우리는 암기와 이해, 이 양대 산맥 모두를 제대로 정복해야 한다.

  • 나까지도 비판적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깎아내리는 건 멍청한 짓이다. 그냥 내가 이렇게 생긴 건 객관적인 사실일 뿐, 여기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느냐는 내 자유다. 그래서 나는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기로 했다. 내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 너무 자세한 건 넘어가도 되지 않냐는 질문에는 짧고 굵게 답할 수 있다. 내가 책상 앞에 써서 붙여놨던 문장 중 하나다. “100점 맞고 후회하자.” 100점을 맞고 왜 후회할까? 바로 이렇게 후회하는 거다. “아, 이렇게까지 많이 공부할 필요가 없었네~! 너무 많이 공부했어~!” 그러니까 너무 많이 공부해서 100점을 맞고 후회할 정도로 ‘전부 다’ 공부하자는 말이다.

  • 핵심은 공부할 때 재고 따지지 말라는 거다. 이건 시험에 나올 법하니까 더 잘 공부하고, 이건 시험에 안 나올 것 같으니까 덜 공부하는 식으로 하지 말자. 편견 없이 전부 공부하자. 우리가 공부하는 궁극적 이유는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편견 어린 시선으로 공부할 거리를 바라보고 ‘시험에 나올 가능성’을 갖고 차별하면 공부가 얼마나 서운하겠는가.

  • 시험장에 들어갈 때 자신감의 근거는 바로 ‘그 무엇에도 무너지지 않을 탄탄한 실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이미 스스로 수없이 개념을 허물며 그 뿌리부터 전부 다시 쌓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때의 자신감은 이 정도이다. “만약 내가 낸 답이 1번부터 5번까지 선지에 없다면 그건 문제 오류다.” “만약 내가 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전국의 모든 수험생이 못 푸는 문제다.” 자신감의 근거를 ‘푼 문제 개수’에서 찾지 말자. 실력만이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 “내 생각은 내 컨트롤하에 있다.” 생각은 ‘나는’ 게 아니다. ‘하는’ 것이다. 제3의 손이 여러분의 뇌 속에 들어와서 이런저런 생각이 ‘나게끔’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생각은 피동이 아니다. 그러니까 나의 생각은 나의 컨트롤하에 있다는 것을 먼저 확실히 다졌으면 한다.

  •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생각이 계속 날 수 있다는 데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악의 해결법은 ‘생각아, 나지 마! 나지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이라는 건 나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더 생각난다. 이걸 막는 건 바로 ‘다른 것에 집중하고 몰입하기’이다.

  • 이럴 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가정 사정을 탓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결과론적인 이유고, 둘째는 본질적인 이유이며, 셋째는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 행복은 상황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마음가짐에서 온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환히 웃을 수 있는 힘을 가지기 바란다.

  • 첫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상쾌할 거라는 기대는 버리자.

  • 잠에서 깨자마자 느끼는 상쾌함은 수면 시간과는 별 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수면 시간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별로 상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늦잠을 자는 이유는 대부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상쾌할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 기대를 품으니까 충분히 잤음에도 상쾌하지 않으면 ‘잠이 부족한가 봐’라며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 것이다.

  • 그러니 상쾌할 거라는 기대는 저 멀리 버리고 대신 ‘잠에서 깨려는 액션’을 취해야 한다. 가벼운 운동을 한다거나, 물을 한 컵 마신다거나, 창문을 열고 “오늘도 파이팅!”이라며 한바탕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항상 앉았다 일어나기 15번과 팔굽혀펴기 15번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매일 아침 4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눈 뜨자마자 2시간 동안 신나게 국어 지문과 대화하며 잠에서 깨어났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사랑스러운 대상과 대화하면 잠이 달아나지 않겠는가?

  • 두 번째, 수면 시간을 무리해서 줄이지 말자.

  • 혹시라도 어쩔 도리 없이 수면 시간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1시간 30분의 정수배 단위로 수면을 취할 것을 권한다. 1시간 30분, 3시간, 4시간 30분, 이런 식으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수면 시 뇌파를 분석해보면 대략 1시간 30분 단위로 깊은 잠에 빠졌다가 얕은 잠으로 변한다고 한다. 만약 깊은 잠에 빠져 있었을 때 깨버리면 극심한 피곤함에 시달려 잠을 자기 전보다 더 피곤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1시간 30분 단위의 수면 시간을 지키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 나태함은 참으로 매혹적인 녀석이다. 누구나 육체적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으니, 육신의 편안함을 좇으려는 습성은 본성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본성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본성보단 이성이 앞설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태함을 쫓아낼 줄도 알아야 한다. 나태함을 쫓아내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 본질은 전부 똑같다. 바로 ‘정신력’이다.

  • “그래서 못한 것은 남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것만이 남는다.” 이 말이 내게는 정말 큰 버팀목이자 원동력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었다. “현장 체험학습을 다녀온 날 전교생이 야자를 하지 않고 집에 간다고 해서 나도 안 한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고, 전교생이 다 집에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한다면 뭐라도 남을 것이다.” “집에 큰일이 생겨서 오늘 공부를 못한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고, 집에 큰일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면 뭐라도 남을 것이다.” “체력 등급을 위한 오래달리기 때문에 너무너무 피곤하고 졸리다는 이유로 지금 공부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면 뭐라도 남을 것이다.” “올림픽공원에서 졸업 사진을 찍은 날이라 공부를 안 한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면 뭐라도 남을 것이다.” “내 생일이라고 공부를 안 한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면 뭐라도 남을 것이다.” “체육 시간에 몸을 다쳤다고 오늘 공부를 안 한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다면 뭐라도 남을 것이다.”

  • 간절하다는 건 이런 것이다.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던 그 모든 순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법 같은 한마디를 붙이는 것. 꼿꼿하게 서서 그 어떤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절대 휘어지지 않는 것.

  • “그래서 못한 것은 남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것만이 남는다.”

  • 특히 공부는 더 그렇다. 학습이라는 건 인지 체계에 변화를 주는 거라, 공부하는 시간 동안에는 확실히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신경이 계속 ‘친구’, ‘가족’처럼 ‘나’가 아닌 ‘외부’를 향해버리면 깊이 있게 공부하기 어렵다. 여러 가지 일을 병행하는 동시에 공부까지 잘하고 싶은 건 욕심이다. 나는 이런 고민을 가진 학생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네가 사는 세상을 좁혀봐.” 공부를 정말 하고 싶다면 내 세상을 좁혀야 한다.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해야 한단 말이다. 이 세상에 나 하나만 두고, 혼자 부단히 오랜 대화를 하며 인지 체계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 세상을 좁힌다고 해서 멀어질 친구라면 애초부터 멀어질 친구였을 거다. 참된 친구라면, 그러니까 평생을 함께할 친구라면, 세상을 좁히고 공부에 더 집중하겠다고 해서 당신을 버리고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선택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응원해줄 거다. 그러니 걱정 말고 과감히 세상을 좁혀도 된다.

  • “나 이제부터 1년 동안 말 안 할 거야. 그렇게 알고 있어줘.”라거나, “이제부터 매주 수요일은 말 안 하는 날이야. 그러니까 수요일에는 말 걸지 말아줘.”라는 식으로 말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용기이다.

  • 일단 어떤 행위를 하기로 결심하든, 이것 하나만큼은 꼭 새겨뒀으면 한다. “플래너에 끌려다니지 말자.”

  • 그러니 플래너를 쓰더라도, 절대 거기에 끌려다니지 말자. 좀 더 쉽게 말해 플래너를 무조건 안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플래너를 적기 바란다. 여러분은 시간표를 ‘무조건’ 안 지킬 것이다. ‘무조건’ 말이다. 플래너를 그저 참고 사항이나 대략적인 가이드라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야 한다. 매일 밤 하루를 마무리하며 플래너에 ‘O/ X’ 표시를 하고 ‘오늘의 점수’ 같은 건 제발, 절대로 매기지 마라. 플래너가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플래너는 유용한 도구일 뿐이다. 만약 그게 정 안 된다면, 그러니까 계속 자기도 모르게 플래너에 쓴 내용과 본인이 한 일을 비교하게 된다면, 차라리 쓰지 말기 바란다. 플래너가 정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적은 내용을 꼭 지켜야 한다는 강박부터 버리자. 플래너에 잡아먹혀선 안 된다. 할 일이 있다면 그냥 거기에만 마음 편하게 몰입하자. 플래너 아래에서 허덕이지 말고 플래너 위에서 유유히 자유롭게 놀아야 한다.

  • “시간에서 자유로워져야 진짜 시간 안에 들어온단다. 그 역설을 이해해야 해.”

  • 성적에서 자유로워져야 정말 높은 성적이 나온다. 그리고 그때부터 공부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한다. 점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공부법을 바꿔 볼까?’, ‘이건 시험에 안 나올 테니 패스해야지’, ‘다음엔 꼭 3등 안에 들어야 하는데’ 같은 데만 신경 쓰면 될 공부도 안 된다. 공부할 때는 성적이고 뭐고 다 잊고 공부에만 온 마음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성적이 오른다. 이것이 아이러니한 성적의 역설이다.

  • “시험을 치기 전과 치는 중, 친 다음의 마음가짐이 전부 달라야 해. 시험을 치기 전에는 ‘나는 무조건 만점이다’ 하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거고, 시험을 치는 중에는 ‘아, 나는 빵점이야! 나는 재수야!’라는 생각으로 간절하게 임하는 것이며, 시험을 친 다음에는 ‘어차피 지나가는 시험 하나 정도였을 뿐이야’라는 생각으로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해.”

  • 시험은 잘 치기 위해서 치는 것이 아니다. 시험은 내가 미처 공부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을 점검하기 위해서 치는 것이다. 그러니 시험장에서 만약 모르는 문제가 나왔다면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 공부할 기회가 왔으니 말이다. 쫄지 말자. 긴장하지도 말고. 그저 성적에서 자유로워지자. 여러분은 성적표의 숫자 몇 개로 규정할 수 있을 만큼 작고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 고등학생 때 나는 늘 새벽 4시 30분에 눈을 뜨고 오후 4시 32분이 될 때까지, 즉 12시간 2분 동안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잠을 자지 않았다. 이것만큼은 불문율로 지키자는 강한 마음가짐을 갖고 있었다. ‘새벽 4시 30분’이 나온 배경은 이러하다. 사람의 뇌는 아침에 눈을 뜬 후 4시간이 지나야 활발하게 ‘핑핑’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수능 시작 시각은 8시 30분이다. 따라서 4시간 전인 오전 4시 30분에는 꼭 눈을 뜨기로 결심한 것이다. 수능을 치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에 이미 뇌가 활발히 활동해야 한다. 반쯤 몽롱한 채로 수능 시험을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 ‘오후 4시 32분’이라는 수가 나온 배경도 수능에 있다. 수능 시험이 오후 4시 32분에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벽 4시 30분에 무조건 일어나 오후 4시 32분까지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자지 않겠다고 결심한 거다. 이렇게 생체 시계를 수능 당일 시간표와 맞춰두는 건 정말 중요하다. 평소에 몸이 체득하고 있어야 정말 중요한 날에도 습관적으로 시스템에 맞춰 돌아가기 때문이다.

  • “아침 4시 30분 기상, 오후 4시 32분까지 낮잠 금지.” 이것만큼은 반드시 지켜주기 바란다.

  • 그때 헤르멘 헤세의 『싯다르타』를 만났다. 싯다르타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부유한 상인을 찾아갔을 때였다. 싯다르타가 인생이란 서로 주고받으며 사는 것이라 말하자 상인은 남루한 모습의 싯다르타를 보고 이렇게 물었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줄 수 있다는 말이오.” 그러자 싯다르타가 답했다. “모든 사람이 가진 것들을 내놓습니다. 병사는 힘을, 상인은 물건을, 교사는 가르침을, 농부는 쌀을, 어부는 물고기를.” 상인이 다시금 물었다. “그건 알겠소. 그럼 당신은 뭘 줄 수 있다는 거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잖소.” “나는 사색하고 단식할 줄 압니다. 그게 내가 가진 것들이지요.”

  • 그때부터 내 삶의 이유는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사는 것’이 되었다. 언젠가 지금을 돌아봤을 때 그리움과 후회에 사무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늘 말썽을 일으키는 쌍둥이 형제와 그들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그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쌍둥이 형제는 말썽을 일으켰고 속이 상한 어머니는 쌍둥이 형제에게 잔소리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어머니가 집을 나선 사이 악당 무리가 쳐들어왔고, 쌍둥이 형제는 도망치던 중 상처를 입는다. 저녁이 되어 집에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어머니는 쌍둥이 형제에게 이런 말을 한다. “오늘 아침에 한 말이 너희에게 한 마지막 말일까 봐 얼마나 걱정했던지……!” 죽음 앞에 남기고 가는 것이 후회와 한탄이라면 얼마나 애석할까. 나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오래도록 고대한 손님을 맞이하듯 한 치의 후회 없이 반갑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랐다.

  •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목표가 되자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게 되었다. 내뱉는 모든 말이 마지막 말 같았고, 모든 이별은 사별死別이 되었다. 매일 밤 잠들기 직전에는 그날 하루를 점검했다. ‘만약 이것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눈을 뜨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하루를 살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행여나 ‘아니다. 후회가 남는 하루였다’라는 생각이 들면 후회와 두려움에 사무친 채 잠에 들곤 했다. 신이라는 존재가 혹여나 있다면 부디 잊지 말고 내일 꼭 다시 깨워달라는 눈물과 후회로 가득한 기도를 하다 지쳐 잠들곤 했었다.

  • 매일 밤 반복되는 자기성찰의 질문에 ‘그렇다, 나는 오늘 하루 한 치의 후회도 없다’라는 답을 당당히 하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점차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데 익숙해졌다.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언제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죽음이 찾아오든 웃으며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살아 있는 동안 후회 없는 삶을 살자. 결과를 떠나 과정의 순간들에 내가 주인인 삶을 살자.”

  • 정말, 정말 소중한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냄새를 맡을 수 있음에 감사했고 서늘한 새벽 공기를 얼굴로 느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아무도 없는 새벽의 대학로 광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고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단순한 감각을 넘어, 내가 생각하고 살아간다는 사실이 경이로운 선물 같았다.

  • 선물 받은 사람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마음껏 즐기는 것’이지 않을까? 만약 내가 당신에게 커피머신을 선물해줬다면, 선물을 받은 당신이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자세는 매일 커피를 내려 맛있게 마시는 것인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고하는 인지 체계’와 ‘오감’을 비롯하여 내가 선물받은 것들을 언젠가는 모두 돌려줘야 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돌려줘야 할 거, 쓸모없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선물받은 동안은 그것을 만끽하다가 돌려줄 때 환히 웃으며 “그동안 잘 썼습니다!”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오랜 시간 나를 괴롭힌 질문에 드디어 명쾌한 답을 내린 기분이었다.

  • 며칠 전, 한 학생이 수업을 하던 중 갑자기 이런 질문을 했다. “어차피 죽을 거 대체 이거 배워서 뭐해요? 죽으면 다 잊어버릴 텐데, 배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제 나는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다. “만약 내가 너한테 커피머신을 선물해주면서 1년 뒤에 돌려달라 했다고 하자. 그러면 ‘어차피 1년 지나면 커피 못 마실 텐데, 1년 동안 커피 마셔서 뭐해?’라는 생각을 할 거니? 아니지? 커피를 마실 때 커피를 마셔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커피 자체가 맛있어서 마시는 거지. 공부도 마찬가지야. 어디다 써먹으려고 생각하고 공부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하는 것 그 자체가 재밌어서 하는 거지.” 드디어 나는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있게 됐다.

  • 영화 〈쿵푸팬더〉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a mystery, and today is a gift. That’s why they call it the present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고, 오늘은 선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걸 현재라고 부르는 거야.

  • “행복은 상황에서 오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행복하기로 결심하면 된다 You can’t wait until life isn’t hard anymore, Before you decide to be happy.”

책소개

농구 선수를 꿈꾸며 중학교 내내 농구만 하다가 고등학교 때 갑작스레 공부로 진로를 틀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수석 합격(19학번)한 김규민 학생의 공부 이야기. 책에는 유튜브 스튜디오S, 연고티비에 출연해 수백만 조회 수를 넘길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저자의 네 단계 공부법을 흥미롭고 알차게 담았다.

1부에서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다 꿈을 찾고 서울대에 진학하게 된 과정, 2부에서는 학원에 의지하거나 무작정 암기하는 식이 아니라 자기 공부법을 찾아 스스로 공부하고 익히는 주체성, 3부에서는 연골이 닳아 없어질 만큼 농구에 미쳤던 것처럼 간절하게 공부했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어 4부에서는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핵심 비법인 과목별 공부법을 알려주는데 반드시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재고 따지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공부할 때 저절로 합격이 따라오는 공부법을 소개한다.

5부에서는 공부 고민, 슬럼프, 무기력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상세히 조언하고 마지막으로 6부에서는 합격 그 이후의 고민을 진지하게 담았다. 공부의 재미를 잃고 막막해하는 청소년들이 많은 요즘, 마음으로 공부하는 법을 깨닫고 공부의 재미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 첫 번째 단계 :  꿈 ━ 꼭 꿈이 있어야 하나요?
대체 공부는 왜 하나요?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
첫 번째 꿈, 프로 농구 선수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
두 번째 꿈, 아프리카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드디어 서울대 의대 수석 합격
공부에 꿈이 필요한 이유

2부 두 번째 단계 :  주체성 ━ 내 공부의 주인공은 바로 나
내 삶의 운전대를 내 손으로 잡는다는 것
공부는 원래 재미있는 것이다?
공부 동기를 끌어올리는 법
운전대를 놓으면 언젠가 반드시 휘청인다

3부 세 번째 단계 :  간절함 ━ 내 인생의 마지막 하루인 것처럼
나 ‘따위’에게도 ‘가능성’이 움틀 수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그때만큼 열심일 수 없도록
아모르 파티, 메멘토 모리

4부 네 번째 단계 :  공부의 정도 ━ 진정으로 공부한다는 것
공부는 마음가짐이다
• 국어 : 지문과 연애하듯 대화하기
Point 1_국어 지문과 일대일 대화 나누기
Point 2_지문과 대화를 나누는 구체적인 방법
Point 3_천천히, 자세히, 꼼꼼하게
Point 4_국어 시험, 절대로 시간과 싸우지 마라
• 수학 : 아는 것도 되묻는 허물기 학습
Point 1_문제 풀이에 목매지 않아도 된다
Point 2_무엇을 모르는지 깨우쳐주는 세 가지 허물기 학습
Point 3_‘왜?’라는 강력한 질문
Point 4_공식을 무조건 암기하지 말고 개연성 따지기
Point 5_한 문제를 풀더라도 공들여 풀 것
• 영어 : 관심 갖고 대꾸하기
Point 1_최소한의 암기는 필요하다, 단 올바른 방법으로!
Point 2_영어의 쓸모를 찾아보자
Point 3_문법, 무조건 외우지 말고 뉘앙스 파악하기
Point 4_적극적인 영작으로 까다로운 고급 문법 잡기
• 과학탐구 : 호기심 되살리기
Point 1_세상의 모든 현상에 물음표를 던져라
Point 2_교과서별 교집합이 아닌 합집합으로 공부하기
Point 3_나만의 공식 노트로 까다로운 ‘킬러 문제’ 잡기
• 사회탐구 : 올라가고 내려가기 학습
Point 1_일단 올라가 원리를 찾고, 그 다음 내려가 새로운 논리 펼치기
Point 2_일상의 토론으로 논리력 끌어올리기암기 과목에 대한 오해
Point 1_무턱대고 외우지 말고 이해하면서 삶에 녹이기
Point 2_앎을 삶으로 끌어오는 법
Point 3_암기는 평생의 동반자
• 암기과목에 대한 오해

5부 아직도 방황 중이라면 ━ 마인드부터 공부습관까지 Q&A

6부 합격 그 후의 이야기 


에필로그

 

 

저자소개

김규민
 

 

추천글

입시 성적이 좋았던 20대 치기 어린 대학생이 자부심을 은근히 표출하는 그런 책이 아니다. 내신과 수능, 사교육과 공교육 사이에서 헤매는 청소년들에게 공부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실상 공부에 대한 엄중한 원칙을 얘기해주고 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학습에 대한 원칙은 세대가 달라져도, 분야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신형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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